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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유기체(social organisms), 즉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존재하고, 더불어 생활하는 집단지향적 존재다. 생애 최초의 집단은 가족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한 가족의 일원이 되는 개인은 전무후무한 독특한 존재다. 개인은 흔히 생애 최초의 중요한 인물인 부모 또는 보호자와의 관계 속에서 나의 나 됨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 여정에서는 이웃, 학교, 직장 등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Rogers, 1961)을 이어 간다. 집단은 이처럼 인간의 삶에 필수적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Forsyth, 2018). 집단상담은 집단의 특수성에 기초하여 참여자의 문제해결, 의사결정, 정신건강, 인간적 성장 등을 돕는 치료적 모임이다. 치료적 집단의 역동적인 과정은 참여자의 자기통찰을 촉진하고, 경험학습을 통해 변화와 성장을 촉진하며, 미래의 독특한 환경을 대비하게 한다. 집단에서 행동과 사고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강력한 치료적 환경을 제공한다. 이처럼 집단의 힘, 영향력, 리더십이 참여자들에게 현저한 치료 효과를 산출하는 것은 집단상담의 존재 이유이자 사회적 책무다. 많은 다수의 임상가들(Baumann, 2009; Corey & Corey, 2017; Gladding, 2016; Jacobs et al., 2016; Yalom, 2005)은 더 이상 상담자가 개인상담만을 고집할 명분이 없어졌음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프로이트 Sigmund Freud는 개인심리학은 역사적으로 집단심리학에 기초한다고 천명했다. 한편, 집단역동의 중요성을 인식한 미국학교상담자협회(American School Counselor Association, ASCA, 2005; 이후 ASCA로 표기)는 국가모델을 통해 학교 장면에서 집단상담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였다. 정신건강 서비스에 있어서 집단 활용에 대한 타당한 이유는 많다. 고도의 효율성, 다양한 자원의 결합, 현실적 제약, 감정적 깊이를 통한 정서적 정보의 교환, 보편성, 소속감 체험, 피드백 교환과 새로운 행동의 실험, 타인 관찰과 경험을 통한 대리학습 기회, 실생활에의 접근성, 그리고 계약의 이행 또는 책임감수에 대한 함축 등, 집단상담의 이점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러한 많은 장점이 있는 집단 형태의 상담과 치료는 향후 더 많은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서비스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신건강 전문가는 개인상담과 치료 외에도 상담학자, 집단리더, 매개자, 그리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장에서는 집단상담이 무엇인지에 관해 살펴보는 것에서 첫걸음을 내딛기로 한다. 집단상담은 사람들이 비슷한 문제와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적·경제적·전문적 서비스다. 이러한 점에서 집단상담은 상담전문가뿐 아니라,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정신의학, 청소년 상담 또는 진로, 코칭, 종교단체, 교육자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이 집단의 치료적 효과를 얻기 위해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들은 성인보다는 또래들과 함께 있을 때 더 쉽게 마음을 여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집단상담은 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한 탁월한 선택이 된다(Humphreys, 2009; Worden, 2009). 집단상담자(group counselor)는 집단상담에 관한 소정의 전문적 교육과 훈련을 통해 집단작업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지식과 역량을 갖추고 집단작업을 담당하는 정신건강 전문가를 말한다. 집단은 통상적으로 집단상담자 1인과 2인 이상의 구성원들로 구성된다. 그러나 필요에 따라서는 2인 또는 그 이상의 상담자가 1개 집단을 맡기도 한다. 집단상담자는 집단유형 또는 이론적 접근에 따라 집단치료자, 집단심리치료자, 집단지도자, 집단리더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의미 혼선을 방지하는 범위 내에서, 앞서 언급한 전문성을 토대로 집단작업을 담당하는 사람을 ‘집단상담자’ 또는 줄여서 ‘리더’라는 말을 글의 맥락에 따라 혼용하기로 한다. 또한, 집단상담에 참여하는 사람 역시 ‘집단참여자’, ‘집단구성원’, ‘그룹 멤버’, ‘내담자’, ‘학생’, ‘환자’ 등으로 불리지만, 이 역시 집단유형이나 상황에 따라 ‘집단원’ 혹은 ‘참여자’, ‘구성원’ 등으로 혼용하기로 한다. 집단상담은 집단상담자와 2인 이상의 집단원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힘과 에너지를 변화와 치유요인으로 활용하는 역동적인 대인관계 과정이다. 집단원은 집단 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며, 대안을 얻게 되고,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도록 독려받게 된다. 집단상담자와 다른 집단원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관심사와 패턴(행동, 사고, 감정)을 탐색하는 한편,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성장과 발달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또한 집단상담에서는 집단원들의 개인적인 관심사에 대한 자기개방을 통해 치료기능이 강화·활성화된다. 이와 같이 집단상담의 적용 범위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수준에 따라 다양하다. 즉, 사고와 행동의 변화, 대인관계기술 향상, 정서적 안정, 문제 해결 능력 습득, 가치관과 태도 수정, 직업과 진로 결정 등을 다룬다. 이러한 이유에서 집단상담은 주로 소위 정상 범위의 적응수준에 속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현저한 정도의 정신병(psychosis), 신경증(neurosis) 또는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집단치료에 더 적합할 것이다. 그러나 집단상담의 치료적 성질, 그리고 정신건강 전문가의 역량과 개인치료가 주로 외래에 의존하고 집단치료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집단상담과 집단치료의 경계가 모호하고 굳이 이 두 유형의 집단을 구분하는 것의 의미가 점차 퇴색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집단은 상호의존적 관계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2인 이상의 상호독립적인 개인들의 집합체다.